교보생명 vs 어피티니... 그래서 누가 이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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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랑 경제랑

교보생명 vs 어피티니... 그래서 누가 이긴거야?

by 해리스 2021. 9. 8.

다들 기업공개(IPO)에서 가장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해? 바로 IPO를 하는거지! IPO를 해야 따상이든 투자든 할 수 있으니깐. 그런데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IPO를 하기로 약속했는데 안해서 누가누가 잘못인지 분쟁이 일어난 사건에 대한거야.

 

기업-IPO-약속-지키다
IPO 약속을 지키다

 

- 교보생명 WITH 어피니티

- 약속은 지켜야지?!

- 교보생명 VS 어피니티

 

# 교보생명 WITH 어피니티

 

때는 20129월이었어. 당시 대우인터내셔널(현재는 포스코대우)은 해외 자원 개발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전량(492만주)을 팔려고 했어.

 

1조는 있어야 이들이 내놓은 주식을 살 수 있는데, 이때 어피니티가 등장한거야!

교보생명 지분 24% 전부를 어피니티가 사기로 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의 접점이 생기게 되었지.

 

어피니티(어피니티컨소시엄)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으로 구성되어 있는 대형 사모펀드 투자회사야.

 

재무적 투자자(FI : Financial Investor)였던 어피니티가 지분을 살 때 했던 계약에는 `교보생명은 20159월까지 기업공개(IPO)를 한다. 기한 내 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가 대주주인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다'는 풋옵션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어.

 

여기 계약에 명시된 풋옵션이라는 조항 때문에 신회장과 어피니티의 갈등이 시작된거지. 도대체 풋옵션이 뭐길래 이렇게 난리가 났을까?

 

재무적투자자-FI-어피니티-교보생명-지분-인수
재무적투자자 어피니티 교보생명 지분인수

 

먼저 옵션을 살펴보도록 할게. 옵션ㆍ선물ㆍ파생상품 보기만 해도 알러지 나는 사람들은 주목! 옵션은 특정 자산을 미래에 특정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해.

 

예를 들어, 민정이가 1월 한겨울인 시점에서 6개월 뒤인 7월에 복숭아를 만원에 살 수 있는 옵션 계약을 했다고 해볼게. 7월이 되서 복숭아가 만원보다 비싸면 민정이는 옵션을 행사하겠지? 반대로 7월 복숭아 가격이 만원보다 싸면 옵션을 포기할 수도 있어.

 

이러한 옵션은 크게 콜옵션과 풋옵션으로 나눌 수 있지.

 

콜옵션은 미래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옵션)

풋옵션은 미래 특정 가격에 팔 수 있는() 권리(옵션)을 말해.

 

이번 시간에는 풋옵션에 대해서만 정확하게 이해해보자구.

 

우리가 옵션 거래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건 크게 세 가지야.

1. 시장가치(내재가치)

2. 행사가격

3. 옵션프리미엄

 

풋옵션을 사는 사람(매수자)에게 풋옵션을 행사할 때는 다음과 같은 식을 써.

풋옵션 사는 것의 가치 = Max[ 0 , (행사가격-내재가치) ] - 옵션프리미엄

 

풋옵션-매수자-매도자
풋옵션 매수자와 매도자

 

예를 들어볼게,

민정이는 사과로 일확천금을 벌고 영국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어.

하지만 이런! 갑자기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봉쇄령이 내려진거야!

 

불쌍한 민정이... 하지만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잖아?

슬퍼하는 민정이에게 비행기 회사를 운영하는 영지가 찾아왔어.

 

영지가 말했지. “민정아. 이 팬데믹 아무리 빨라도 내년 말까지는 유행일거야. 너랑 친하게 지낸 옛정을 생각해서 1년 뒤에 파리로 가는 비행기표를 100만원에 팔 수 있는 권리증서(풋옵션)를 너한테만 특별히 5만원에 팔아줄게.”

 

깊은 고민 끝에 민정이는 오랜 친구 영지를 믿기로 했어. 권리증서를 잔뜩 사고 1년 동안 부푼 꿈을 안고 기다렸지.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을때가 있지...

 

1년 뒤에 비행기표가 120만원이 되었고, 민정이는 100만원에 팔면 손해니까 권리 증서(풋옵션)를 사용할 수 없었어. 왜냐하면 가지고 있는 5만원짜리 권리증서를 사용해서 100만원에 팔아봤자 현재가인 120만원에 파는 사람보다 15만원 덜 벌게 되니까...

 

공식에 대입해보면, 행사가격은 100만원, 내재가치가 120만원이고 이때 0(100-120) 중 큰 값은 0이 되지? 그럼 풋 옵션 가치는 '0 옵션프리미엄 5만원'을 해서 5만원이야.

 

결국 민정이는 5만원을 손해봤고, 반대로 영지는 5만원 이득!

 

이런 슬픈 결말과 반대로 민정이의 선택이 맞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년 뒤에 비행기표가 80만원이 되었으면, 민정이는 5만원짜리 권리 증서를 사용해서 비행기 표를 100만원에 팔 수 있었을거야. 그러면 비행기표를 80만원에 파는 다른 사람들보다 15만원을 더 벌 수 있게 되어 더욱 부자가 됐겠지?

 

정리하면 풋옵션 거래에서 영지와 같은 매도자 입장에서는 상품 가격이 오르는게 이득이고, 반대로 민정이 같은 매수자 입장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떨어지는게 이득인 거야.

 

# 약속은 지켜야지

 

자 그럼 다시 교보생명과 어피니티의 분쟁으로 돌아와 보면, 어피니티는 풋옵션을 샀던 매수자가 되고 신창재 회장은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하면 그걸 사야되는 입장으로 정리가 되겠어.

 

어피니티 입장에서는 어떤 상황이 이득일까? 사실 어피니티는 신 회장이 자신들이 풋옵션을 살 때 지불한 1조원보다 비싸게 사주면 어떻게 봐도 이득이야.

 

신 회장이 IPO 약속 기한이었던 2015년과 3년 연장된 약속 기한 2018년까지 넘겨버리자 어피니티는 1주당 4090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해. 모두 합쳐서 2조원이 넘는 규모의 풋옵션 가격은 신 회장 입장에서 어처구니가 없지.

 

물론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무산되는데 신 회장 책임도 있지만, 2조원대 자금을 마련하려면 보유 지분을 팔아야 하고 이렇게 되면 경영권도 위태로워지니까 신 회장은 결심했지.

 

어피니티가 제시한 옵션 행사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반발하기로. 결국 이들의 갈등은 국제상업회의소(ICC)로 가게 되었어.

 

어피니티-교보생명-중재위원회-국제상업재판소-ICC-가다
어피니티 VS 교보생명 ICC 가다

 

ICC의 결과에 따라 어피니티가 주장한 금액을 신 회장이 지불하느냐 안하느냐가 달려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ICC가 신 회장의 손을 들어줬어.

 

ICC의 판결 과정에서도 관건은 풋옵션. 하지만 어피니티가 행사할 수도 있다고 명시해둔 풋옵션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었어.

 

바로 풋옵션의 가격 산출 방식과 행사 시점이 명확하게 적혀 있지 않았던 거야. 이로 인해 어피니티가 풋옵션을 행사하더라도 신창재 회장이 얼마를 주고 그 옵션을 살지가 불분명했지. 그렇다면 어피니티가 측정한 1주에 409000원은 어떻게 나온거지?

 

교보생명-지분가치-40만9000원-측정-논란
40만9000원 측정 논란

 

2018년 신 회장이 약속 기한을 모두 넘겨버리자 어피니티는 기업 회계를 담당하는 딜로이트 안진에 교보생명 가치 평가를 의뢰했어. 교보생명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기업이고 아직 거래도 없고 딱 들어밎는 숫자로 된 가치도 아직 없었기 때문에 평가가 애매했지.

 

평가 이후 교보생명은 딜로이트 안진이 재무적투자자(FI) 기업가치 평가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풋옵션 가치를 부풀려 허위 보고했다며 검찰에 고발했어. 원래 기업가치 평가에 관계자가 개입하면 안되는데, 관련있는 어피니티가 입김을 넣었는지는 아직 재판이 진행 중이야.

 

# 교보생명 VS 어피니티

 

교보생명의 '승소 입장'이 나온 뒤 어피니티 컨소시엄 측은 즉각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는데 여전히 서로 이겼다면서 ICC 판결문에 대해 각자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어피니티는 ICC가 신 회장에게 어피너티 컨소시엄의 중재 비용 100% 및 변호사비용 50% 부담을 명했으므로 자신들이 이번 분쟁에서 승리했다는 주장하고 있어.

 

소송 비용을 부담하라고 하는건 교보생명이 주주간 계약 의무를 위반했다는 거고, 계약에 따라 합의된 풋옵션 부여(기한 내 미 상장 시), 풋옵션 행사 시 가치평가를 위한 절차 등을 위반한게 인정받았다는 거지.

 

어피니티-승소-주장-정신승리
어피니티의 승소 주장

 

교보생명은 409000원의 풋옵션 효력이 무효가 됐고 풋옵션 가격이나 이자 부분에 대해 지급하지 않아도 판단했기 때문에 사실상 신 회장 측에 유리한 판정이 나왔다고 해석했어.

 

IPO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손해를 배상할 정도까지의 잘못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지.

 

교보생명-결론-승리
교보생명 결론은 승리

 

ICC 중재에 든 소송 비용을 지불하는 것보다 풋옵션 가격에 지불에 따른 비용이 더 든다는 점에서는 교보생명이 확실히 승리한 게 맞지.

 

심지어 어피니티가 주장한 풋옵션 가격 409000원의 근본이었던 딜로이트 안진도 소송을 당하면서 사실상 어피니티의 승소 주장은 정신 승리의 느낌이 강해.

 

하지만 기업 경영의 암묵적 룰에 따르면 교보생명이 먹튀를 했다는 이미지가 생겼으니까 찝찝한 승리를 한 건 분명해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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